산업용 로봇 팔을 고를 때는 먼저 옮길 물건과 작업 경로를 정하세요. 부품과 공구를 합친 총중량,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거리부터 따지면 후보를 좁힐 수 있습니다. 그다음 남은 모델로 필요한 자세와 정밀도를 맞출 수 있는지 살펴보면 됩니다.
가공기에 부품을 넣고 빼는 머신텐딩 작업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아래 숫자는 실제 셀을 시험한 결과가 아니라, 로봇을 고르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가정한 값입니다.
부품에 그리퍼를 더하면 필요한 가반하중이 달라집니다
부품이 2.8 kg이고 그리퍼가 1.7 kg이라고 해보죠. 여기에 핑거와 어댑터 0.4 kg, 손목이 받치는 센서·케이블 하중 0.2 kg을 더하면 이동 하중은 2.8 + 1.7 + 0.4 + 0.2 = 5.1 kg입니다.
부품만 보면 가반하중 5 kg인 팔이 충분해 보이지만, 이 구성에서는 이미 부족합니다. 로봇은 부품과 함께 공구도 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작업에 쓸 가장 무거운 부품과 공구 구성을 놓고 계산하세요. 핑거를 길게 만들거나 부품을 두 개씩 잡도록 바꾸면 하중도 다시 달라집니다.
제조사 자료의 세 모델을 이 작업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모델 | 가반하중 | 도달거리 |
|---|---|---|
| ABB IRB 1200-7/0.7 Gen2 | 7 kg | 0.7 m |
| ABB IRB 1200-5/0.9 Gen2 | 5 kg | 0.9 m |
| FANUC M-10iD/12 | 12 kg | 1,441 mm |
5 kg 모델은 5.1 kg을 들어야 하는 이 예에서 제외됩니다. 7 kg과 12 kg 모델은 무게만 놓고 볼 때 후보로 남습니다.
이제 가장 먼 작업 지점을 보죠. 공구 길이를 반영해 구한 손목 플랜지 위치가 예정한 베이스 축에서 0.78 m 떨어져 있다고 가정하면, 도달거리 0.7 m인 ABB 모델도 이 배치에서는 제외됩니다. FANUC의 1,441 mm 모델은 남지만,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자세와 경로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베이스를 옮기거나 지그 위치를 바꾸면 후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계산은 무게와 단순 도달거리로 후보를 거르는 데까지 쓰는 예입니다. 무게중심과 관성, 손목에 걸리는 모멘트, 충돌 없는 경로, 사이클 시간과 부품 배치 오차는 아직 따지지 않았습니다.
같은 무게라도 긴 공구는 손목에 부담을 더 줍니다
5 kg이 플랜지 가까이에 모여 있는 공구와, 긴 그리퍼 끝에 무게가 몰린 공구는 손목에 다르게 작용합니다. 여기서 필요한 정보가 무게중심과 관성모멘트입니다. 무게중심은 하중이 어느 위치에 모여 있는지를, 관성은 회전 동작에 대한 부담을 살피는 데 쓰입니다. 움직일 속도와 가속도도 함께 정해야 합니다.
KUKA의 하중 분석 도구는 질량·무게중심·관성을 입력해 플랜지와 각 축의 정적·동적 하중을 평가합니다. 업체에 공구 조립도와 최대 중량 부품을 보내고, 이런 하중 분석 결과를 받아보세요. 로봇의 가반하중에서 부품 무게를 뺀 값만으로 공구를 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호스와 케이블도 어디에서 지지되는지에 따라 팔이 받는 하중이 달라집니다. 전체 케이블 무게를 모두 손목에 더하거나 모두 빼기보다, 공구와 함께 움직이는 부분을 도면에 표시하는 편이 낫습니다.
기계 안으로 들어가는 자세까지 그려야 합니다
작업점이 최대 도달거리 안에 있어도 원하는 자세로 접근할 공간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베이스와 기계 개구부, 집는 곳과 놓는 곳을 도면에 표시하고, 공구 끝의 기준점인 TCP가 들어갔다 빠져나오는 경로를 그려보세요. 손목을 돌릴 공간이 있는지, 문이나 지그에 걸리지 않는지가 이때 드러납니다.
앞서 본 FANUC M-10iD/12는 6축 로봇입니다. 여섯 관절이 움직인다는 뜻이지, 작업영역 안의 모든 위치에서 어떤 공구 자세든 만들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기계 안으로 기울여 넣는 동작에는 관절 배치와 진입 공간이 맞아야 합니다. 공정에 필요한 자세를 정한 뒤, 해당 설치 방향으로 경로 시뮬레이션을 요청하세요. 관절 한계와 특이점, 케이블이 꼬일 수 있는 동작도 그 경로에서 살펴봅니다.
이 모델의 제품 페이지에는 바닥·경사·천장 설치와 R-30iB Plus 제어기가 나옵니다. 천장에 달 계획이라면 그 방향의 설치 도면, 하중 조건과 앵커부터 업체와 맞춰야 합니다. 설치 방향만 바꿔 도달거리가 늘어난다고 계산하지는 마세요.
공간을 잡을 때는 생산 동작뿐 아니라 문을 여는 자리, 정비와 작업자 접근 공간도 남겨두세요. 절삭유·분진·세척·온도, 공구에 공급할 매체처럼 실제 작업환경도 알려줘야 적합한 부위와 옵션을 고를 수 있습니다. 방진·방수 등급만으로 특정 약품이나 세척 방식까지 적합한지는 알 수 없습니다.
±0.02 mm와 부품의 배치 오차는 구분하세요
FANUC M-10iD/12의 제품 페이지에는 반복정밀도가 ±0.02 mm로 나옵니다. 반복정밀도는 같은 조건에서 가르친 위치로 되돌아오는 정도입니다. 명령한 공간 좌표에 얼마나 정확히 도달하는지를 나타내는 절대 위치 정확도와는 다릅니다.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가는 정확도도 별도입니다. ABB의 2024년 기술 리뷰가 이 세 개념을 설명합니다.
부품이 지그에 놓이는 오차에는 공구 보정과 부품 위치, 그리퍼의 휨, 하중과 접근 방향이 함께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반복정밀도 ±0.02 mm를 그대로 부품 배치 공차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허용 오차는 부품이나 공구가 실제 작업하는 지점에서 정하세요.
오프라인에서 만든 좌표로 핀을 좁은 구멍에 끼운다면 지그 좌표계와 절대 위치·경로 정확도가 중요합니다. 반대로 현장에서 배치점을 직접 티칭하고 부품을 기계적으로 위치 결정하는 작업에서는 반복정밀도가 더 직접적인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한 비전이나 보정 옵션을 포함해, 실제 지그와 운전 조건에서 부품 위치를 측정하는 인수 시험안을 받는 것이 다음 단계입니다.
업체에는 같은 작업 도면을 보내세요
업체마다 같은 개정본의 셀 도면과 공구 조립도를 보내세요. 그 자료에서 부품의 중량 범위와 이동 경로·자세를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목표 사이클 시간과 부품 기준 허용 오차도 함께 적으면 같은 작업을 놓고 견적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설치환경과 제어기 연결도 설명하세요. 입출력과 비전, 설비 간 신호를 어떻게 연동할지 업체와 맞춥니다. 설치에 필요한 공간과 앵커 등의 조건도 제안서에 받아두세요.
제안한 로봇의 정확한 모델명·세대·사양과 제어기·옵션 구성부터 받으세요. 공구 하중을 감당하고 필요한 경로를 움직일 수 있는지는 하중 분석과 여유 공간을 반영한 경로 시뮬레이션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사이클 시간 추정에는 계산 조건을, 현장 인수 시험안에는 부품 위치를 측정할 방법을 담아야 합니다.
비용은 본체와 공구, 방호 설비, 통합·시운전, 유지 지원으로 나눠 받으세요. 각 견적에 무엇이 포함됐는지 비교하기 쉬워집니다. 셀의 위험성 평가와 방호·통합 검토는 프로젝트에서 따로 진행해야 합니다.
표의 ABB 모델은 Gen2입니다. 이전 세대의 성능이나 옵션을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공급업체에 해당 모델의 구성과 공급 가능 여부를 물어보세요. 제조사 사양은 2026년 10월 14일에 살펴봤으며, 발행일이 없는 FANUC 제품 페이지도 같은 날의 내용을 사용했습니다.
산업용 팔과 협동로봇 등 로봇의 종류부터 고민 중이라면 작업에 맞는 로봇을 고르는 글을 먼저 볼 수 있습니다. 산업용 팔로 작업하기로 정했다면, 그 작업 도면으로 하중과 경로를 살핀 후보 목록을 받는 데서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