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퍼 종류와 고르는 법: 전동·공압·진공·소프트 그리퍼는 무엇이 다르고 언제 쓰나

로봇 그리퍼는 로봇 팔 끝에 달아 물건을 잡는 장치이고, 작동 방식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전기 모터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전동 그리퍼, 압축 공기로 움직이는 공압 그리퍼, 흡착컵으로 빨아들이는 진공 그리퍼, 실리콘처럼 말랑한 손가락으로 감싸는 소프트 그리퍼입니다. 짧게 말하면 강한 힘과 빠른 반복은 공압, 잡는 힘과 폭을 세밀하게 바꿔야 하면 전동, 평평하고 매끈한 상자·판재는 진공,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식품·농산물은 소프트가 맞습니다.

그리퍼를 포함해 로봇 팔 끝에 다는 도구 전체를 엔드 이펙터(end effector)라고 부릅니다. 용접 토치나 드라이버도 엔드 이펙터지만, 이 글은 물건을 잡는 그리퍼만 다룹니다. 사람 손처럼 생긴 다지 로봇 손과 2손가락 그리퍼의 차이는 로봇 손 종류와 대표 제품 글에서 따로 정리했습니다.

네 가지는 실제 사양에서 이렇게 다르다

같은 ‘그리퍼’라도 숫자를 놓고 보면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2026년 10월 19일 각 제조사 공식 제품 페이지 기준입니다.

  • 공압 평행 그리퍼(SCHUNK PGN-plus-P 80-2-V): 닫는 힘 1,100N, 손가락 하나당 이동 거리(스트로크) 4mm, 닫히는 데 0.035초, 권장 작업물 무게 5.5kg, 본체 0.51kg입니다. 공기압 6bar 기준이고 2.5~8bar에서 씁니다(SCHUNK 제품 페이지). 작고 가벼운 몸에 큰 힘이 나오지만 움직이는 거리는 짧습니다.
  • 전동 그리퍼(OnRobot RG2): 잡는 힘을 3~40N 사이에서 조절하고, 손가락 벌림은 110mm까지 바꿀 수 있습니다. 마찰로 잡을 때 2kg, 모양에 맞춰 감싸 잡을 때 5kg까지 듭니다(OnRobot RG2 페이지). 힘은 공압보다 훨씬 약하지만 폭과 힘을 프로그램으로 바꿉니다.
  • 진공 그리퍼(OnRobot VGC10): 흡착컵을 1~7개 달 수 있고 두 채널을 따로 켜고 끕니다. 맞춤 부착물을 쓰면 15kg까지 듭니다. 그리퍼 안에 전기 진공 펌프가 있어 공장 압축 공기가 필요 없습니다(OnRobot VGC10 페이지).
  • 소프트 그리퍼(OnRobot Soft Gripper): 실리콘 손가락으로 지름 11~118mm 물건을 감싸 잡고, 모양·무르기·표면 마찰에 따라 2.2kg까지 듭니다. 실리콘 부품은 미국 FDA(21 CFR)와 유럽 EC 1935/2004 식품 접촉 기준을 따르고 식기세척기에 넣어 씻을 수 있습니다(OnRobot Soft Gripper 페이지).

공압 그리퍼: 힘과 속도가 필요할 때

공압 그리퍼는 공장에 이미 깔린 압축 공기 배관으로 피스톤을 밀어 손가락을 닫습니다. 위 SCHUNK 예처럼 손바닥만 한 크기로 1,000N이 넘는 힘을 내고 0.1초도 안 걸려 닫히기 때문에, 금속 부품을 하루 수만 번 집어 옮기는 자동차·전자 조립 라인에서 가장 흔합니다. 구조가 단순해 값이 싸고 오래 갑니다.

대신 손가락은 ‘열림’과 ‘닫힘’ 두 상태만 오갑니다. 중간 위치에 멈추거나 힘을 바꾸려면 압력 조절 밸브를 따로 달아야 하고, 크기가 다른 부품이 섞여 들어오면 손가락 끝(조, jaw)을 바꿔 끼워야 합니다. 공기 배관과 밸브, 컴프레서가 필요하므로 압축 공기가 없는 매장·연구실에는 맞지 않습니다. 제조사 카탈로그의 닫힘 시간은 손가락 움직임만 잰 값이라, 밸브 전환과 호스에 공기가 차는 시간은 사이클 계산에 따로 더해야 한다고 SCHUNK는 적어 둡니다.

전동 그리퍼: 여러 크기를 한 손으로 잡을 때

전동 그리퍼는 모터와 엔코더로 손가락 위치와 힘을 직접 제어합니다. 로봇 프로그램에서 “60mm까지 벌리고 20N으로 잡아라”처럼 값을 바꿀 수 있어, 한 셀에서 크기가 다른 부품을 번갈아 다루거나 깨지기 쉬운 물건을 다룰 때 유리합니다. 물건을 잡았는지, 잡은 폭이 몇 mm인지를 그리퍼가 알려 주므로 ‘잘못 집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원과 통신선만 있으면 되니 협동로봇과 짝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점은 힘과 값입니다. 같은 크기라면 공압보다 힘이 약하고 비쌉니다. 무거운 금속 부품을 꽉 물어야 하는 작업에는 전동 그리퍼를 크게 키우기보다 공압이 낫습니다.

진공 그리퍼: 평평한 면이 있을 때

진공 그리퍼는 손가락 대신 흡착컵으로 물건 윗면을 빨아들입니다. 상자, 비닐 포장, 유리·판금처럼 넓고 평평한 면이 있는 물건이라면 크기가 달라도 같은 그리퍼로 잡을 수 있어 박스 쌓기(팔레타이징)와 택배 분류에서 가장 많이 씁니다. 옆에서 손가락이 들어갈 틈이 없어도 위에서 바로 집습니다.

진공을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압축 공기를 노즐로 빠르게 흘려 진공을 만드는 이젝터 방식은 싸고 반응이 빠르지만 공기 배관이 필요합니다. VGC10처럼 그리퍼 안에 전기 펌프를 넣은 방식은 배관 없이 전원만으로 씁니다. 어느 쪽이든 표면에 구멍이 있거나(골판지 일부, 망사 포장) 울퉁불퉁하면 공기가 새서 힘이 크게 떨어집니다. 실제 작업물로 흡착 시험을 해 보고 고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소프트 그리퍼: 모양이 제각각이고 무를 때

소프트 그리퍼는 공기를 넣거나 빼면 휘어지는 실리콘 손가락이 물건 모양을 따라 감쌉니다. 빵, 과일, 채소, 고기 조각처럼 크기와 모양이 하나하나 다르고 세게 쥐면 상하는 물건에 맞습니다. 식품 공장에서는 위 OnRobot 제품처럼 식품 접촉 기준을 지키고 세척이 쉬운지가 고르는 조건이 됩니다.

대신 정밀하게 위치를 맞춰 끼우는 조립에는 맞지 않습니다. 손가락이 휘면서 잡기 때문에 잡은 물건의 위치가 매번 조금씩 달라지고, 들 수 있는 무게도 2kg 안팎으로 작습니다.

고르는 순서

  1. 작업물부터 적습니다. 무게, 크기 범위, 재질(금속·종이·식품), 표면(평평함·구멍·기름기), 깨지기 쉬운지.
  2. 잡을 면을 정합니다. 옆에서 물 수 있으면 손가락형(공압·전동), 위에서만 닿으면 진공, 모양이 일정하지 않으면 소프트를 먼저 봅니다.
  3. 현장 설비를 확인합니다. 압축 공기가 있으면 공압·이젝터 진공이 싸고, 없으면 전동·전기 펌프 진공으로 갑니다.
  4. 속도와 품목 수를 봅니다. 한 가지 부품을 빠르게 반복하면 공압, 여러 크기를 번갈아 다루면 전동이 유리합니다.
  5. 로봇 팔 가반하중에서 그리퍼 무게를 뺍니다. 협동로봇 가반하중 5kg에 그리퍼가 1kg이면 실제로 들 수 있는 물건은 4kg 이하이고, 무게중심이 팔 끝에서 멀어질수록 더 줄어듭니다.
  6. 로봇과의 연결 방식을 확인합니다. 같은 제조사 안에서도 로봇 브랜드별로 플랜지·케이블·소프트웨어 플러그인이 다릅니다.

그리퍼는 물건을 떨어뜨리거나 사람 손을 물 수 있어 안전 평가에서 따로 따집니다. 정전·공기 압력 저하 때 물건을 놓치지 않는 구조인지 같은 조건은 로봇 엔드이펙터 안전 글에서 다뤘습니다. 그리퍼를 달 로봇 팔 고르는 법은 산업용 로봇 팔 고르는 법, 5손가락 로봇 손과 산업용 그리퍼의 내구성 비교는 5지 로봇 손 vs 산업용 그리퍼 글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