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집주행 뜻: 화물차 여러 대가 한 줄로 따라가는 원리와 국내 실증 결과 (2018~2021년, 현재 상황)

군집주행(platooning)은 화물차 여러 대가 좁은 간격으로 한 줄을 이루고, 맨 앞 차를 사람이 운전하면 뒤따르는 차들이 차량 간 통신(V2V)으로 앞차의 가속·제동·조향 정보를 받아 자동으로 따라가는 기술입니다. 앞차 뒤에 바짝 붙으면 공기 저항이 줄어 연료를 아끼고, 뒤차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는 것이 목적입니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 연구개발 사업으로 2021년 화물차 4대가 고속도로 약 80km 구간을 12.5m 간격으로 달린 것이 가장 앞선 공개 실증이고, 2026년 10월 19일 기준 상용 운행 허가나 서비스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뒤차는 앞차를 ‘보는’ 게 아니라 ‘듣는다’

일반 차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레이더와 카메라로 앞차와의 거리를 재고 속도를 맞춥니다.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은 것을 센서가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간격을 넉넉히 둬야 합니다. 군집주행은 여기에 차량 간 무선통신을 더해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그 신호를 뒤차들이 직접 받습니다. 반응이 빨라지는 만큼 간격을 좁힐 수 있고, 간격이 좁을수록 공기 저항 절감 효과가 커집니다.

  • 선두 차량: 사람이 운전합니다. 경로와 속도를 정합니다.
  • 후행 차량: 통신으로 받은 정보와 자기 센서를 함께 써서 간격·차선을 유지합니다. 국내 실증에서 후행 차 운전자는 핸들과 페달에서 손발을 뗀 상태로 달렸습니다.
  • 합류·이탈: 대열에 다른 차가 끼어들면 간격을 벌렸다가 다시 좁히고, 목적지가 다르면 대열에서 빠집니다.

운전 책임 면에서 보면 선두 차는 일반 주행, 후행 차는 정해진 조건에서 시스템이 운전하는 형태입니다. 자율주행 단계로 어디에 해당하는지는 자율주행 단계 0~5 뜻에서 레벨별 책임 구분을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국내 실증은 어디까지 했나

국토교통부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98.5억 원을 들여 ‘V2X 기반 화물차 군집주행 운영기술 개발’ 과제를 진행했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주관하고 국민대, 현대자동차, 카카오모빌리티, 아주대 등 13개 기관이 참여했습니다.

  • 2019년: 시험도로에서 화물차 2대, 시속 70km, 간격 16.7m.
  • 2020년 11월: 처음으로 일반 차량이 다니는 공용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 서여주IC~여주JCT, 8km)에서 화물차 3대가 시속 80km, 간격 15.6m로 달렸습니다(국토교통부 보도자료).
  • 2021년 9월: 최종 성과 발표와 함께 영동고속도로 덕평IC~원주IC, 중부내륙고속도로 서여주휴게소~여주JC 약 80km 구간에서 화물차 4대가 간격 12.5m로 달렸습니다. 목표 속도는 시속 90km였지만 실제 시연은 구간 제한속도(영동선 80km)에 맞췄습니다(국토교통부 발표, 스마트시티 종합포털).

카카오모빌리티는 이 과제에서 군집 신청, 합류 지점 안내, 대열 이탈까지를 다루는 운전자용 앱을 만들었고, 선두 차량 시야를 뒤차 화면에 보여 주는 ‘씨스루’ 기능도 시연했습니다(아이뉴스24).

연비는 얼마나 좋아지나

국토교통부는 상용화되면 공기 저항이 줄어 연비가 약 4~8% 좋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 숫자는 실제 상업 운행에서 잰 값이 아니라 연구 과제의 기대 효과입니다. 절감 폭은 간격, 속도, 차량 수, 트레일러 모양에 따라 달라지고, 맨 앞 차보다 뒤차의 절감 폭이 큽니다.

간격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는지는 기술만이 아니라 운전자가 견딜 수 있는지도 변수입니다. 아주대 연구진이 주행 시뮬레이터로 후행 화물차 운전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차량 간 시간 간격 0.6초(시속 90km에서 약 15m) 이상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아주대 연구).

왜 아직 도로에서 볼 수 없나

2021년 연구 종료 후 국토교통부는 2022년 9월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에서 화물차 자율 군집주행 등을 실증할 ‘모빌리티 혁신 고속도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정책브리핑). 그러나 2026년 10월 19일 기준, 국내 고속도로에서 군집주행 화물차가 상업적으로 화물을 나르는 서비스나 이를 허용한 제도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막히는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1. 제도: 도로교통법의 안전거리 규정은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전제로 합니다. 12~15m 간격으로 화물차가 줄지어 달리는 것을 일반 운행으로 허용하려면 별도 근거가 필요합니다.
  2. 비용: 연구 당시에도 핵심 부품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해 비용 부담이 컸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뉴스핌).
  3. 운영 방식: 서로 다른 운송사 화물차가 대열을 짜려면 누가 선두를 맡고 절감된 연료비를 어떻게 나눌지 정해야 합니다. 같은 회사 차끼리만 묶으면 대열을 짤 기회가 적습니다.

군집주행과 무인 트럭은 다른 길이다

해외에서는 군집주행보다 트럭 한 대가 운전자 없이 달리는 무인 트럭이 먼저 상업 운행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Aurora는 텍사스 고속도로에서 운전석이 빈 트럭으로 화물을 나르고 있습니다. 군집주행은 선두에 사람이 있어 기술 문턱이 낮은 대신 대열을 맞추는 운영이 어렵고, 무인 트럭은 차 한 대로 운영이 단순한 대신 레벨 4 수준의 기술과 허가가 필요합니다. Aurora의 노선과 운행 방식은 Aurora Driverless Trucks in 2026(영어)에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