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로봇은 생김새보다 맡은 일로 구분하면 쉽습니다. 상품이 든 선반을 작업자 앞으로 가져오는 AGV(무인운반로봇), 지도를 만들어 스스로 길을 찾는 AMR(자율이동로봇), 포장된 택배를 배송지별로 나누는 소팅봇, 팔레트를 옮기는 무인지게차, 격자형 보관함 위를 달리며 상자를 꺼내는 오토스토어 같은 큐브형 보관 로봇이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서 이 로봇들을 가장 큰 규모로 모아 쓰는 곳은 쿠팡 물류센터로,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FC)에는 AGV 1,000여 대와 소팅봇 수백 대, 무인지게차 수십 대가 있습니다.
물건이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로봇이 하는 일
물류센터 안에서 상품은 입고 → 보관 → 집품(피킹) → 포장 → 분류 → 출고 순서로 움직입니다. 로봇 종류도 이 순서에 맞춰 나뉩니다.
- 보관과 집품: 선반 운반 AGV: 사람이 선반 사이를 걸어 다니며 물건을 찾는 대신, 로봇이 선반째 들고 작업자 앞으로 옵니다. 이런 방식을 ‘상품이 사람에게 오는(Goods to Person, GTP)’ 방식이라고 부릅니다.
- 보관과 집품: 큐브형 보관 로봇: 상자를 격자 모양으로 높이 쌓고, 맨 위를 달리는 로봇이 필요한 상자를 위에서 꺼내 작업대로 보냅니다. 통로가 필요 없어 같은 바닥 면적에 더 많이 쌓습니다. 오토스토어(AutoStore)가 대표 제품입니다.
- 집품: 상자 운반 로봇(ACR): 여러 층 선반을 오르내리며 상자 단위로 꺼내 작업자에게 가져옵니다.
- 분류: 소팅봇: 포장이 끝난 택배를 받아 운송장을 읽고 배송지별 구역으로 실어 나릅니다.
- 적재와 이동: 무인지게차·AMR: 팔레트나 대차를 입고장, 보관 구역, 출고장 사이로 옮깁니다.
AGV와 AMR의 차이는 길을 찾는 방법이다
AGV와 AMR은 둘 다 사람 없이 물건을 옮기는 바퀴 달린 로봇입니다. 차이는 경로를 정하는 방식입니다.
- AGV: 바닥에 붙인 QR코드, 자석 테이프, 반사판 같은 표식을 따라 정해진 길로만 다닙니다. 산업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로에 사람이나 물건이 있으면 치워질 때까지 멈춥니다. 대신 동선이 예측 가능해 수백 대를 촘촘하게 돌리기 좋습니다.
- AMR: 라이다와 3D 카메라로 주변을 보고 지도를 만들어, 목적지만 정하면 경로를 스스로 짭니다. 장애물이 있으면 돌아갑니다. 바닥 공사 없이 들여놓을 수 있어 배치를 자주 바꾸는 공장에서 많이 씁니다.
다만 이 구분이 업계 공통 정의는 아닙니다. 미국 물류 자동화 기업 Dematic은 백서에서 AMR을 특정 내비게이션 방식을 쓰는 AGV의 한 갈래로 봐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품을 비교할 때는 이름보다 ‘표식이 필요한가, 장애물을 만나면 멈추는가 돌아가는가, 몇 kg까지 드는가’를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라이다가 거리를 재는 원리는 라이다 센서 글에 정리했습니다.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에서는 어떻게 쓰나
쿠팡은 2022년 3월 준공한 대구 FC를 2023년 2월 처음 공개했습니다. 건립과 자동화 시스템에 3,200억 원 이상을 들였고, 지하 2층~지상 10층에 축구장 46개 크기입니다. 층마다 맡은 일이 다릅니다.
- 7·9층 AGV: 1,000여 대가 상품 수백 개가 진열된 최대 1,000kg 선반을 들고 바닥의 QR코드를 따라 작업자에게 갑니다. 쿠팡 설명으로는 평균 2분 안에 선반이 도착합니다.
- 소팅봇: 작업자가 포장된 상품을 로봇 위에 올리면 작업대의 스캐너 2개가 운송장 바코드를 읽고 몇 초 만에 배송지별 구역으로 옮깁니다. 쿠팡은 소팅봇 도입으로 분류 작업자의 업무량이 65%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 5층 무인지게차: 수십 대가 팔레트를 옮기며, 지게차와 사람이 부딪치는 사고 위험을 줄이는 용도로 쓰입니다.
대구 FC는 그 뒤 설비가 더 늘었습니다. 2025년 9월 공개된 인천·대구 FC 현장에는 선반을 오르내리며 상자를 꺼내는 ACR과 오토스토어 시스템이 들어가 있었고, 쿠팡은 자동화 설비를 관리하는 오토메이션 엔지니어를 2024년 말 200명, 2025년에 250여 명 추가로 뽑았습니다. 2025년 10월 대구 미래기술박람회에서는 실제 물류센터에서 가동 중인 AGV, ACR, 소팅봇, 무인지게차, 포장 보조 로봇을 전시했습니다.
그래도 전체 물류망에서 자동화 설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습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은 실적 발표에서 자동화 물류 인프라 비중을 1년 사이 두 배로 늘렸지만 전체로는 10%대 초반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류 로봇을 들일 때 먼저 볼 것
같은 로봇이라도 센터 구조에 따라 효과가 크게 다릅니다. 도입을 검토하는 쪽에서 먼저 정리할 질문은 이렇습니다.
- 병목이 어디인가: 집품인가, 분류인가, 팔레트 이동인가
- 다루는 물건의 크기와 무게가 고른가, 제각각인가(소팅봇과 큐브형 보관은 규격이 맞는 물건에서 효율이 납니다)
- 바닥 표식 공사가 가능한가, 레이아웃을 자주 바꾸는가(바꾸면 AMR이 유리합니다)
- 사람과 로봇이 같은 통로를 쓰는가, 로봇 전용 구역을 나눌 수 있는가
- 창고관리시스템(WMS)과 로봇 관제 소프트웨어를 누가 연결하고 유지보수하는가
LG CNS 자동화·로봇사업 팀장은 2026년 8월 세미나에서 자동화 수준이 높은 센터도 자동화율이 80% 안팎이고, 실제 가동 중인 센터 평균은 30% 수준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 남는다는 전제로 사람과 로봇의 동선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해외 사례로는 아마존이 보관부터 도크까지 쓰는 로봇 9종을 아마존 창고 로봇 정리(영문)에서, 포장·적재에 쓰는 로봇 팔은 산업용 로봇 종류 글과 협동로봇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물류센터 밖 마지막 구간을 맡는 로봇은 배달 로봇 글에 정리했습니다.